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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독일<7> 독립적 가족관계
이화리 소설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26일(화) 18:32
ⓒ 경북연합일보
가족은 선택하지 않는다. 이미 숙명적으로 맺어지고 얽힌 관계가 가족이다. 우리나라에선 어쩔 도리가 없는 인연인 가족끼리 소유적 의미의 지나친 구속과 관여가 있고, 그 강제적 소속감에서 벗어나 타인보다 더 먼 가족도 있다. 인지가 형성되는 서너 살부터 누구에게나 자아라는 것이 존재한다. 무척 어리지만 부모의 지시에 무조건 따르지 않고,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는 특성이 있다.
 우리 사회 전반적 상명하달의 문화는 배려보다 강압적 실천을 요구한다. 탄생과 육아에서부터 동서양은 확연히 다른 패턴을 가진다. 지금 한국의 엄마들은 아이와 단 몇 분도 떨어지지 않는 밀착형 육아다. 현관벨소리를 죽이고, 청소기도 최대한 시간을 조정해 돌린다. 위생 부분도 아마 세계 으뜸일 것 같다. 양가부모님들은 들어서기 바쁘게 손부터 면밀히 잘 씻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대다수 면역력에서 기인하는 유아 아토피가 두드러기보다 흔한 질병이다. 자식에게 전적으로 희생적이지 않는 유럽 부모들이다. 갓난아기도 단독으로 재운다. 위험에서 지키려고 감옥의 철창을 연상시키는 각목이 둘러진 침대에서 키운다. 어지간히 울어도 우리들처럼 기겁을 해서 안고 업고 어르고 그러지 않는다. 울 수 있다며 느긋하다. 아이가 넘어지면 부모가 더 기겁을 하는 호들갑이 그들에게는 전혀 없다. 어느 것이 더 나은지는 동서양 중 어느 사회가 더 안정적인가에서 판가름이 난다.
 독일에서는 아이가 만18세까지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 부모와 한 집에서 산다. 우리나이로 거의 20여 년이다. 이 정도면 인간이 갖출 덕목과, 더불어 사는 사회성을 충분히 인지 습득했다고 믿는다. 이 나이까지 부모님과 학교교육에서 배운 인품을 갖추지 못하는 걸 더 이상 붙잡고 가르쳐도 별 효과가 없다고 그들은 판단한다. 부모는 교육을 시키고, 영양섭취를 돕고, 관계를 가르치는 자식의 지지대 역할을 해 줄 뿐이다. 인내하는 고통의 독립심이란 이렇게 만들어진다. 자식의 학교 선택과 취향과 특기 등에 부모나 선생이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졸업 이후 직업까지 우리는 출생에서부터 줄곧 자식의 일에 깊이 관여하며 산다. 거의 부모의 권한이 앞서는 예가 더 허다하다.
 그래서 배우자 선택과 결혼에도 개입하고, 심지어 결혼생활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 이후에도 손자손녀를 맡아 기르고, 집안 살림을 살아주고, 반찬을 일일이 만들어 보내느라 허리가 휜다. 이 현상은 아마 세계적으로도 드문 부모역할일 것이다.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남미 등 어느 대륙에서 이 같은 부모 희생이 또 있을까 싶다. 거의 뭐 일생을 자식에서 매여 허덕이다 기력이 다 쇠진하면 요양병원에서 삶을 마감해야할 판이다.
 21세기가 된지 어언 20년이다. 뭔가 크게 제대로 달라져야 한다. 모든 인간은 하나의 개체이다. 가족이라고 객체에 관한 소속을 당연 시해서는 안 된다. 자식 또한 부모의 의무는 만18세에서 끝난 것을 알아야 한다.
 의무 이 외에 부모 인생에 개입하거나 관여해서 안 된다. 내가 아는 독일인 내외는 홀시어머니의 네 번째 남자친구와 너무나 행복하게 식사를 했다. 전 남편의 사진이 거실 곳곳에 있지만 그들에게 과거는 과거일 뿐, 현실적 삶의 소중함을 중요 시 했다.
 노령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이미 육체적 탐닉을 떠나 함께 말동무 여행을 다니고, 독서와 수영을 하고, 산책과 음식을 나누며 여생의 쓸쓸함에 다정한 시간을 채우고 있었다. 부모도 곧 한 개인에 불과하다. 개인의 한시적 일생을 자식이라고 간섭해서 안 되며, 이웃에서도 그런 사실을 전혀 험담하지 않았다. 서로가 반목하지 않는 아름다움이 이런 것이다.
 독일에서는 만 19세에 자식을 분가시킬 때, 그간 지하실에 모아두었던 헌 냄비와 낡은 선풍기, 약간씩 흠이 있는 고물 가구 등을 줘서 보냈다.
 나머지 필요한 건 스스로 벌어서 해결했다. 우리는 새 것을 주고 헌 것을 부모가 가진다. 마치 자식 앞에 죄인처럼 굴신한다. 그들은 부모는 결코 죄인이 아니며, 무한 희생하는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맞다. 이게 정답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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