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최종편집:2019-07-18 오후 07:32:0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전체기사
커뮤니티
공지사항
자유게시판
행사알림
회사알림
 
뉴스 > 칼럼
무릎의 시간
김영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21일(목) 09:09
ⓒ 경북연합일보
'무릎'하고 말하면 입술은 잠시 밖을 향해 둥글게 몸을 내밀었다 닫힙니다. 내밀어진 입술은 노동이고 닫힌 입술은 휴식입니다. 노동을 내려놓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릎을 굽히는 것입니다. 새와 나무도 종일 힘들었던 직립(直立)을 내려놓고 제 심연과 따뜻하게 마주앉는 자리가 무릎의 시간이죠. 그건, 감국이 피어나는 산자락이고, 흘러온 골짜기를 돌아보는 하구이며, 불빛 잘그락대는 저녁의 창문이기도 합니다.
 클림트의 그림 중에 <다나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다나에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입니다.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가 낳은 아들에 의해 죽는다는 신탁을 받고 딸을 지하에 있는 청동 방안에 가두어놓습니다. 그런 후, 어떤 남자도 접근할 수 없도록 하지요. 그러나 제우스가 빗물로 변신하여 그녀의 두 무릎 사이로 스며들어가 교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페르세우스가 태어나고 훗날 원반경기 중 외손자가 던진 원반에 의해 아크리시오스는 사망하게 됩니다. 무릎을 굽히고 좁은 방안에 갇혀 누운 다나에의 모습에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딸의 절망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뎅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은 무릎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 고요하게 사색에 잠겨 있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미술을 전공한 담임선생님은 학교 운동장 한켠에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하였습니다. 유관순이나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의 동상에만 익숙해있던 우리들에겐 문화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근육질의 팔과 다리와 구부린 등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인 사실감을 느꼈지만 그것보다는 무릎을 꿇고 생각에 잠긴 그의 표정에 더 매료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종교든 기도는 대체로 무릎을 꿇고서 하는 것입니다. 신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것이 가장 정직하게 자아와 대면하는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기도는 신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과 가장 날 것으로 만나는 의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둠 속에 나를 앉혀놓고 차가운 교회 바닥에 꿇어앉은 채 기도하던 여학생이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입니다만 가끔씩 그녀가 소망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떠올려봅니다.
 아버지는 두어 달 뱃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어린 우리들에게 다리를 밟게 했습니다. 일종의 마사지였던 셈이었는데, 당신은 파도가 출렁대는 험난한 바다에서 제대로 발을 뻗고 쉬지도 못하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그 고단한 항해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럴 때 낡은 관절에선 파도소리와 갈매기울음소리가 오래 들리곤 했습니다.
 무릎은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입니다. 무거운 체중을 모두 지탱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늘은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일상을 접고 무릎에 가만히 얼굴을 묻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고단한 삶이 조금은 위안을 받지 않을까요.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전 페이지로
실시간 많이본 뉴스
 
농협조합장 향응제공 검찰 고발
영천, 불법 유흥영업 성황… 단속 ..
경북지재센터, 독도새우 브랜드 개..
경주 현곡농협 '돈판' 비리 복마전..
경주시의회 부의장, 행감 피감기관..
"본업에 충실하며 가수 꿈 키워나가..
군위 대구공항반대위 주민소환제 '..
회피성 성격장애를 어떻게 치유할 ..
대구공항 후보지 군위·의성 일원 ..
단군신화와 성경의 바알 신
최신뉴스
변해야 산다…도정 국제화 '새바람..  
연인끼리, 친구끼리…막 찍어도 ..  
영양사랑 여름밤 가족걷기 행사 열..  
영주 농업경영인 화합행사 개최  
구미시청 볼링팀 금 1·동 2개 획..  
청송서 전국 규모 체육대회 잇따라..  
영덕군, 공무직 근로자 임금협약 ..  
성주 재가정신장애인 사회적응 나..  
대구경북영어마을서 영어캠프 실시  
내 고장 김천·구미로 여름휴가 가..  
김천시 구강보건사업 복지부장관상..  
고령군 구강보건사업 장관상 영예  
황천모 상주시장 국비 확보 총력 ..  
예천군, 재산세 38억원 부과  
봉화군, 도시재생지원센터장 위촉  

신문사소개 편집규약 윤리강령 고충처리인제도 개인정보취급방침 제휴문의 광고문의 구독신청 기사제보 저작권 문의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경북연합일보 / 사업자등록번호: 505-81-82281/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금성로 395번길 3(서라벌빌딩 2층)
발행인.편집인: 정진욱 / mail: sp-11112222@daum.net / Tel: 054)777-7744 / Fax : 054)774-331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북, 가0003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정진욱
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22,025
오늘 방문자 수 : 12,678
총 방문자 수 : 17,50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