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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의 시간
김영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2월 21일(목) 09:09
ⓒ 경북연합일보
'무릎'하고 말하면 입술은 잠시 밖을 향해 둥글게 몸을 내밀었다 닫힙니다. 내밀어진 입술은 노동이고 닫힌 입술은 휴식입니다. 노동을 내려놓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무릎을 굽히는 것입니다. 새와 나무도 종일 힘들었던 직립(直立)을 내려놓고 제 심연과 따뜻하게 마주앉는 자리가 무릎의 시간이죠. 그건, 감국이 피어나는 산자락이고, 흘러온 골짜기를 돌아보는 하구이며, 불빛 잘그락대는 저녁의 창문이기도 합니다.
 클림트의 그림 중에 <다나에>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다나에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아르고스의 왕 아크리시오스의 딸입니다. 아크리시오스는 다나에가 낳은 아들에 의해 죽는다는 신탁을 받고 딸을 지하에 있는 청동 방안에 가두어놓습니다. 그런 후, 어떤 남자도 접근할 수 없도록 하지요. 그러나 제우스가 빗물로 변신하여 그녀의 두 무릎 사이로 스며들어가 교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페르세우스가 태어나고 훗날 원반경기 중 외손자가 던진 원반에 의해 아크리시오스는 사망하게 됩니다. 무릎을 굽히고 좁은 방안에 갇혀 누운 다나에의 모습에서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딸의 절망과 슬픔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뎅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은 무릎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고 고요하게 사색에 잠겨 있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미술을 전공한 담임선생님은 학교 운동장 한켠에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하였습니다. 유관순이나 이순신 등 역사적 인물의 동상에만 익숙해있던 우리들에겐 문화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근육질의 팔과 다리와 구부린 등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인 사실감을 느꼈지만 그것보다는 무릎을 꿇고 생각에 잠긴 그의 표정에 더 매료가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종교든 기도는 대체로 무릎을 꿇고서 하는 것입니다. 신 앞에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것이 가장 정직하게 자아와 대면하는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기도는 신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자기 자신과 가장 날 것으로 만나는 의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둠 속에 나를 앉혀놓고 차가운 교회 바닥에 꿇어앉은 채 기도하던 여학생이 생각납니다.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입니다만 가끔씩 그녀가 소망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떠올려봅니다.
 아버지는 두어 달 뱃일을 마치고 귀가하면 어린 우리들에게 다리를 밟게 했습니다. 일종의 마사지였던 셈이었는데, 당신은 파도가 출렁대는 험난한 바다에서 제대로 발을 뻗고 쉬지도 못하다가 집에 돌아와서야 그 고단한 항해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럴 때 낡은 관절에선 파도소리와 갈매기울음소리가 오래 들리곤 했습니다.
 무릎은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입니다. 무거운 체중을 모두 지탱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늘은 자꾸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일상을 접고 무릎에 가만히 얼굴을 묻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면 고단한 삶이 조금은 위안을 받지 않을까요.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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