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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福)
정석준 수필가, 법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1년 01월 07일(목) 18:16
ⓒ 경북연합일보
사람은 누구나 복(福)을 바란다. 사람은 누구나 화(禍)는 나에게 오지 말고 복만 내게 오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해마다 연말이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고 연하장을 보내고 새해, 새 아침 인사도 이 말로 시작한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불행은 싫어하고 행복을 바라지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불행을 만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 달이 길면 한 달은 짧은 것처럼 불행한 때가 있으면 행복한 시절이 있고 행복한 시절이 있으면 불행한 때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상살이로 우리가 겪지 않으면 안 되는 인생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 라 하지 않는가?
불교의「백유경」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여인이 남의 집에 들어갔는데, 그 여인의 얼굴이 아름답고 좋은 옷을 입었으므로 주인이 반갑게 물었다.
“당신은 어디 사는 누구신지요?” “예, 공덕천이라 하옵니다” “무슨 일을 하시는지요?” “저는 찾아가는 집마다 그 집에 온갖 복을 생기게 해주지요” “아, 그래요? 어서 들어오시지요”
그 집 주인은 복을 만들어 준다는 공덕천을 극진히 집안으로 모셔 들였다. 그런데 조금 후 이번에는 그 집 앞에 남루한 옷차림의 한 여자가 나타났다. 주인은 지저분한 옷차림의 여자를 보고 기분이 언짢아 퉁명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누군데 우리집을 기웃거리는 거요?” “예, 저는 흑암천이라 하옵니다” “무슨 일을 하는데…?” “예, 저는 가는 곳마다 화를 심습니다” “뭐라구, 화를 심어…, 당장 나가지 못할까?” “하지만 당신은 나만 쫓아 낼 수는 없습니다. 조금 전에 모셔 들어간 그 공덕천이 바로 나의 언니입니다. 언니와 나는 항상 붙어 다녀야 하기 때문에 우리 언니를 붙잡아 두려면 나를 붙잡아 둬야 합니다”
이 말을 들은 그 집 주인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언니에게 물었다.
“문 밖에 거지 차림을 한 여자가 당신의 동생이라는데, 이게 사실인가요?”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언제나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나를 좋아하려면 내 동생도 좋아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인은 두 여자를 함께 내쫓아 버렸다. 행복과 불행은 늘 붙어 다닌다는 점을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다시 일깨워 주셨다.
우리가 흔하게 사용하는 위기(危機)라는 말도 따로 따로 떼어서 보면 위험(危險) 다음에는 기회(機會)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위험과 기회, 행복과 불행, 그것은 늘 붙어 다니는 야누스의 두 얼굴이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복이라면 그 복은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불교에서는 복은 선행의 과보로 받는 것이므로 복을 받으려면 선행을 많이 쌓아야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영조대왕 때 동부승지를 지낸 이사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해 겨울, 볼 일이 있어서 한양에서 충청도 예산을 향하여 가고 있는데 웬 초라한 가마가 길가에 서 있었다. 날씨는 춥고 해는 저물어 가는데 가마가 오도 가도 못하고 서있는 정경이 하도 딱하게 보여서 “여보시오, 도대체 무슨 일이오?”하고 묻자 “소생은 면천(당진군)에 사는 김생원인데 만삭된 아내를 데리고 처가로 출산하러 가는 도중에 아내가 그만 길에서 해산을 하여 오도 가도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노자마저 떨어졌으니…”
워낙 천성이 착한 이사관은 당장 아기와 산모가 위태로움을 보고 급한 대로 자기가 입고 있던 양피 두루마기를 벗어 산모에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함께 가마를 몰아서 멀리 인가를 찾아가 호주머니를 털어서 쌀과 미역을 사서 해산구완을 해주었다. 김생원 내외는 뼈에 사무치도록 고마워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 후 한양으로 돌아온 이사관은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김생원이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어찌 내 집을 찾으셨소?”
“물어물어 겨우 찾았지요. 이 양피 두루마기를 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그것은 이미 드린 옷인데 내 어찌 다시 받겠소”
이사관은 끝내 받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어른도 계시다니…정말로 고마운 분이시다”
김생원은 뼛속 깊이 고마움을 간직했다. 그로부터 16년 후, 길에서 낳은 김생원의 딸이 왕비로 간택되었다. 당시 영조는 왕비가 돌아가서 새 왕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새 왕비 정순왕후는 틈만 있으면 영조 임금에게 이사관의 고마움을 아뢰었다.
“마마, 소녀는 그 어른이 아니었으면 노상에서 동사했을 것입니다”
“허허, 참으로 착한 사람이로다. 세상에 그런 덕있는 사람이 다 있다니…여봐라, 이사관을 호조 판서에 제수하라”
그러나, 정순왕후는 그 것만으로는 은혜 갚음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상감 마마, 어진 어른을 꼭 정승이 되도록 하옵소서”하고 간청하였다. 그리하여 이사관은 우의정이 되었다. 전날 죽을 뻔한 여아(女兒)를 살린 것이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것이다.
선인선과(善因善果)요, 악인악과(惡因惡果)다. 내가 좋은 일을 하면 반드시 좋은 과보를 받고 남을 해롭게 하면 반드시 나쁜 과보를 받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사이다.
새해 신축년에는 우리 모두 복을 많이 지어서 복을 누리며 사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마지않는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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