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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들국화
정석준 수필가, 법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1월 26일(목) 18:32
ⓒ 경북연합일보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어느 날, 나는 사라져 가는 가을의 흔적을 찾아 집을 나섰다. 개울을 따라 난 길을 한참동안 걸으니 이윽고 고동굴 못가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못가에는 들국화가 여기 저기 앞 다투어 피어나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옛 시조 한 수가 떠올랐다.

국화야 너난 어이 삼월 춘풍 다 지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매화(梅花)·난초(蘭草)·국화(菊花)·대나무[竹]를 사군자(四君子)라 하여, 고결한 군자의 인품에 비유하여 시를 짓거나 그림을 남겼다.
한국 시문학의 거장 서정주님도 국화 옆에서라는 시(詩)에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까지 수많은 인고(忍苦)의 세월이 있었음을 노래했지만, 한 송이 국화꽃은 수많은 인연(因緣)들이 모인 결정체임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태양의 빛과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수분과 영양분이 필요하다.
흙 속에 수분이 있기 위해서는 비가 자주 와 주어야 하며, 비가 오려면 구름이 필요하고, 그 구름은 바닷물, 시냇물이 태양의 열로 수증기가 되어 다시 구름이 된 것이다.
이렇게 국화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태양·물·구름이라고 하는 무수한 인연의 결합에 의해 우리 눈앞에 한 송이의 국화꽃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신라의 의상(義湘)스님은「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진성(사람의 참 성품)은 참으로 깊고 지극히 미묘해(眞性甚深極微妙)
자성을 지키지 않고 연(緣)을 따라 이루더라(不守自性隨緣成)
하나 안에 일체 있고 일체 안에 하나 있으니(一中一切多中一)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일세(一卽一切多卽一)
한 티끌 그 가운데 시방세계 머금었고(一微塵中含十方)
일체의 티끌 속도 또한 역시 그러해라(一切塵中亦如是)

시작도 끝도 없는 우주도 한 티끌이 대폭발(big bang)을 하여 만들어졌다.
우주가 한 원자에 압축되어 있고 우주의 구조와 원자의 구조가 상동성(相同性)을 갖기에, 천체물리학자들은 원자의 구조를 연구하여 우주의 비밀을 해명하려 한다.
전자가속기를 이용하여 원자 안의 작은 미립자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추가되면 우주의 비밀이 한 꺼풀 벗겨지고, 허블 망원경을 통해서 우주의 비밀이 밝혀지면 원자의 실체를 밝히는 연구도 한 걸음 진전된다.
망망한 우주가 곧 하나의 원자이고, 하나의 원자가 곧 망망한 우주이다.
인다라망의 구슬처럼 하나에 일체가 담겨 있으니 하나가 전체이다. 우주 삼라만상의 무한한 조화가 연기 아닌 것이 없으니 전체가 곧 하나이다.
우주 삼라만상 일체가 인다라 망의 구슬처럼 서로 비추고 조건이 되고 관계를 하고 있으니 일체가 하나이다.
의상스님이 말씀하신대로 하나 중에 일체가 있고 일체 중에 하나가 있다.
너와 나는 상대적이고 대립적인 존재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 모두는 하나이다. 까닭에 나의 모든 것이 너의 모든 것이며, 너의 모든 것이 결코 너만의 것이 아니다. 너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고, 너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며, 나의 모든 것이 너의 것이다.
우리는 어떤 부분이 아니라 전체로서 큰 하나이기 때문에, 상대가 아닌 절대이다.
오른쪽 귀가 고장이 나면 왼쪽 귀도 고통을 당해야 하고 한 쪽 다리가 없거나 아파서 땅을 디딜 수 없다면 그 남은 한 쪽 다리가 전체의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한 몸이다.
둘이라는 것은 미혹이지 참이 아니다. 코로 냄새를 맡거나 귀로 소리를 듣거나 눈으로 모양을 보거나 혀로 맛을 보아서 느끼는 감각 등은 심히 불완전한 것이다. 오히려 이것은 참다운 것을 가리고 잘못하면 거짓에 속을 수도 있다.
부처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알리시려고 일찍이 사바세계에 오셨다.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참 말씀을 모르고 너와 내가 하나 아닌 둘이라는 잘못된 생각에 인류의 역사는 불행한 것이었다.
둘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우리는 항상 번뇌와 망상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며 불행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실은 행복이라는 말도 불행의 상대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불행이 없다면 행복이라는 용어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안이 있기 때문에 피안이라는 말도 필요한 것처럼, 실은 모두가 하나임을 사무치게 하는 아는 삶에는 언제나 행복과 상락아정(常樂我淨)의 열반이 있을 뿐이다.
들국화의 진한 향기에 취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상념(想念)에 젖어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늦가을의 짧은 해가 저녁노을을 곱게 물들이고 있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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