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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어떻게 쓸 것인가?(2)
정석준 수필가, 법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10월 07일(수) 18:54
ⓒ 경북연합일보
송나라 소동파라는 사람은 당송 8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이다. 그 소동파가 어느 날 도반처럼 지내는 요원 선사를 찾아 갔다. 두 사람은 마주보고 좌선을 하였는데, 동파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라 선사에게 물었다.
“스님, 제가 좌선하는 자세가 어떻습니까?” “부처님 같습니다.” 소동파는 선사의 말에 의기양양해 졌다. 이번에는 선사가 동파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가 보기에 내 자세는 어떠한가?” “스님께서 앉아 있는 자세는 마치 한 무더기 소의 똥 덩어리 같습니다.” 선사는 미소를 지으며, 동파거사에게 합장하였다.
동파는 집에 돌아와 여동생에게 낮에 선사와 좌선하면서 대화했던 내용을 들려주며 어께까지 으쓱거렸다. 한술 더 떠서 그는 자기 자랑까지 늘어지게 하였다. 여동생이 가만히 다 듣고 나서 태연스럽게 말했다. “오늘 오라버니는 선사에게 비참하게 패하신 겁니다.
선사는 마음속에 늘 부처 마음만 품고 있으니, 오빠 같은 중생을 보더라도 부처님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반대로 오빠는 늘 마음속에 탐욕스런 마음만 품고 있으니 6근(몸과 마음)이 청정한 선사를 보더라도 똥 덩어리로 본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우리나라 고사(故事)에도 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부터 무학대사와 인연이 깊었다.
태조는 왕이 된 이후에도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으면 무학대사를 찾아가 위로를 받곤 하였다.
어느 날 태조가 오랜만에 무학대사를 찾아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대사에게 농담을 던졌다. “스님은 곡 돼지같이 생겼습니다.” 무학대사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대왕께서는 부처님같이 생겼습니다.” 이성계는 아무리 한 나라의 왕이었지만 스님께 지나친 농담을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으로 말했다. “저는 스님을 돼지로 비유했는데, 어찌 스님께서는 제게 부처님처럼 생겼다고 칭찬 하십니까?” 무학대사는 얼굴에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의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입니다.” 두 고사가 단순한 대화인 것 같지만 그 속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무학대사는 부처 마음만 품고 있으니 세속의 왕도 부처님처럼 보이는 것이요, 왕(이성계)은 늘 돼지처럼 탐욕스럽게 살다 보니 청정한 승려도 돼지처럼 보이는 것이다.
불교에 ‘일수사견(一水四見)’이라는 말이 있는데, 같은 물이라도 천인(天人)은 보석으로 장식된 연못으로 보고, 인간은 단지 물로 보며, 아귀는 피로 보고 물고기는 자신이 사는 집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보는 사람의 견해에 따라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밤하늘의 보름달을 보고 슬픈 감정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럼 달이 그 사람에게 슬픔과 행복감을 준 것일까, 아니면 자기 스스로 달을 보고 슬픈 감정과 행복감을 일으킨 것일까? 같은 것을 동시에 바라보는 데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말씀 중에 “밉게 보면 잡초 아님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님이 없다는 말씀이 있다.
세상을 보는 내 마음의 눈이 어떤 상태냐에 따라 그 마음 그대로 세상이 보인다는 의미이다.
결국, 뭐든 세상 탓만 할 일이 아니다. 내가 세상에 대해 느끼는 좋고 싫고 힘들고 괴로운 감정들의 원인은 내 안에 내가 알게 모르게 심어놓은 것일 수 있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은 상황에 따라 또는 환경에 따라 온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행복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시간), 여기(공간), 자기 인연(인간, 사물)에게, 일심으로 대하게 되면, 그곳이 어디든 여기가 바로 천상이고, 극락일 것이다.
천상과 극락에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곳을, 천상과 극락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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