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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사진 한 장 그리고 두 사람
전인식 시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20년 06월 08일(월) 17:37
ⓒ 경북연합일보
우리들에게 네이팜 탄 소녀로 알려진 판 티 킴 푹 의 사진을 한 두번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72년 6월 8일 고향 사이공(현 호찌민)의 서쪽 트랑방 마을이 폭격을 받아 간신히 피신한 사원에 다시 투하된 미군의 네이팜탄에 화상을 입고 발가벗은 알몸으로 울부짖으며 달려 나오는 사진 한 장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이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경악과 어떤 비애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5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 사람들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다. 반전분위기를 고조시킨 결정적 역할을 한, 전쟁을 멈추게 한 사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은 전 세계로 전송되어 큰 이슈를 낳았다. 사진을 찍은 닉 우트 기자는 그 다음해 1973년도에 사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AP통신 기자로 활동하던 형이 전쟁 중 사망하자 형의 후임으로 기자를 지원했다. 어짜피 때가 되면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가야하고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어야 했기 때문에 사진기자를 지원한 것은 절묘한 선택이자 신의 한수였다. 평소 띠 동갑 형의 어깨너머로 사진기술을 배웠기에 결정적 사진 한 장을 찍었을 수가 있었다. 이때가 불과 21세였다. 그는 이 사진을 죽은 형이 준 선물이라고 했다. 시커멓게 몰려오는 포연속에서 자기 쪽으로 달려 나오는 소녀에게 얼른 사진을 찍고, 물을 퍼붓어 주고, 병원에 데려다 준 것도, 입원을 거절하는 병원관계자를 설득한 것도 닉 우트였다.
 사진 속 나체소녀의 주인공은 무려 17번 수술을 거듭한 끝에 생명을 이을 수 있었다 그후 그녀는 의학공부를 하다가 공산정권의 반미 홍보수단으로 동원되는 것에 실망했고 유학간 쿠바에서 같은 베트남 남자와 결혼하고 신혼 여행길에 캐나다로 망명했다. 그후 유네스코 친선대사로 활동했으며 자선단체를 설립해 전쟁에서 고통받은 고아와 청소년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1996년 워싱톤 DC에서 베트남참전용사기념관에서 연설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킴 푹에게 달려 나와 무릎을 꿇으며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 베트남 참전 군인으로 바로 킴 푹의 마을 네이팜탄 투하에 관여한 예비역 대위 존 플러머 였습니다. 킴 푹에게 크나큰 상처와 고통을 안겨준 그는'잘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잘못했습니다'를 반복하며 용서를 빌었다. 그 또한 플리쳐상을 받은 사진을 보고 죄책감에 시들리며 파혼과 알콜중독으로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빨리 사진 속 아이를 찾아가서 용서를 구해야만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다니던 중이었다. 킴 푹은 끓어 앉아 용서를 비는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며'당신을 용서합니다'라고 말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까. 사죄와 용서를 선택한 이들은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기독교에 귀의해 독실한 신앙생활을 통해 전쟁의 휴우증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분노대신 용서와 평화를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2019년에는 반전 반폭력 운동과 세계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드레스덴 인권평화상을 수상했다. 반가운 소식에 나의 일인 듯 박수를 치기도 했다.
 사진을 찍었던 닉 우드는 종전 후 난민신분으로 미국으로 건너가서 AP통신 LA지국에서 근무했다. 몸에 총상을 세 번이나 당하면서 전쟁의 참상을 찍던 그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특히 약목복용으로 감옥가며 울고 있는 패리스 힐턴의 사진은 특종이 되기도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35년 전 킴 푹을 찍은 바로 그 날짜에 같은 시간인 6월 8일 12시였다는 것이 신기하다. 그는 2017년도에 51년간 일한 AP통신 사진 기자직을 그만두었지만 사진기는 내려놓지 않고 있다.
 킴 푹은 생명을 구해주고 삶의 방향을 바꾸어준 닉 우트를 삼촌이라고 부른다. 발가벗은 채 울부짖던 9살 소녀는 전쟁의 상징에서 이제 평화의 상징이 된 삶을 살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얻은 생명을 누군가의 삶을 도와주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상징으로 남은 1972년 6월 8일의 사진 한 장은 두 사람의 운명을 이렇듯 바꿔놓았다. 고통과 고난의 연속인 삶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그리해 한사람은 퓰리처상을 한사람은 드레스덴 인권평화상을 받았다. 두 사람의 베트남인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남의 나라 전쟁에 참전했던, 그들에게 총을 겨누었던 우리들의 아버지들을 대신해 오늘날의 우리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미안함과 감사의 마음을 갖어야 할 것이다. 박항서 감독이 조금은 갚기도 했지만 우리 주변 식당에 일하고 있는 젊은 그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이 첫 번째 일일 것이다. 깜 언(감사합니다)이라는 말 아끼지 말고 건넸으면 좋겠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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